성 콤플랙스
우리는 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곧 성 관계 또는 성교를 떠올리고는 부끄럽고 불 결하며 감추어야 할 은밀한 것으로 생각한다. 더군다나 여성이 남자에게 먼저 성 관계를 요구하거나 성적으로 적극성을 보이면 정숙하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그래서 여성은 성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적 쾌감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성에 무관심한 척한다. 정숙하고 교양 있는 여자는 성적 쾌락을 즐겨서는 안되며, 다만 출산의 수단이 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이 여성의 의식과 행동에 파고들어 갈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갈등이 깊어지면 성적 부적응이 생기고 성적 표현이 어눌해지며, 심지 어 성적 불만과 긴장, 강박 관념과 자기 분열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을 통해서만 성 관계가 허용되 었다. 남성은 자신의 부를 자신의 혈통에게 물려 주려고 여성에게 순결과 정절 을 강요하고, 자신은 매음과 축첩을 통해 성의 자유를 누려 왔다. 결국 여성은 생식의 목적이 아닌 성 생활은 불필요하고 성을 밝히지 않는 것이 미덕이며 성 적인 불감증이 여성의 속성인 양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남성은 정력을 남성다움으로 여기며 드러내지만 여성은 정숙을 여성다움의 표상으로 삼는, 성의 이중 규범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성 규범을 받아들여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본래 남성의 성은 적극적이며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반면, 여성의 성은 소극적이며 의존적이고 수동적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성 콤플랙스란 이러한 그릇된 성규범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성적 욕망과 성 적 표현, 성에 대한 흥미를 억제하는 동안 갖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말한다. 성이라는 말은 원래 육체적인 성관계뿐 아니라 감정, 의지, 행동 방식 같은 심리 적이고 사회적인 요소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적인 만남이 전제된 동등한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성은 오랫동안 여성에게 가장 금기시되고 억압되어 왔다.
성 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자신의 판단과 행위의 지표로 삼거나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척도로 삼는데서 여성은 성 콤플랙스에 깊이 빠져들게 마련 이다. 그러므로 여성도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에 대한 갖가지 신화와 편견을 밝혀 성 콤플랙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 다.
1991년 8,9월에 실시한 성 콤플랙스에 관한 설문 조사와 사례 조사를 통해서 성 콤플랙스에 빠진 여성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다양한 증상을 모아 보고, 이에 대한 원인을 파헤쳐 그릇된 성 관념에서 벗어나 성의 자유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설문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 193명 중 50%인 108명이 '결혼 전까지 반드시 순 을 지켜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혼전에 성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40%로 나타났다.
여성의 행복은 결혼, 즉 가정 에 있다는 통념은 여성에게 순결과 혼전 성 경험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자신의 삶을 맡아 줄 한 남자와의 관계를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이 없는 성은 피하고, 이상적인 사랑의 대상은 곧 결혼 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남성이 순결한 처녀와 결혼하기를 꿈꾸고 여성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여성 또한 자신의 순결 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이어서 결혼 첫날밤까지 마땅히 순결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어 있다. 그래서 혼전 성 경험은 행복한 결혼에 치명 적인 결함으로 여기며 그런 경험을 한 여성은 심한 자책감을 지닌다.
결국 건강한 남녀가 교제하면서도 종종 순결의 상징처럼 여기는 처녀막만은 건드리지 않고 서로의 육체적 쾌락을 즐기며, 결혼 첫날밤에 신부가 처녀가 아니 라 하여 신혼 여행 중에 파혼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는 여성의 육체적 순결을 요구하는 사회 통념을 받아들여 처녀막의 존재 여부에 집착하는 왜곡된 순결 관 에서 생긴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처녀막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던 19세기 중엽에 피르라는 사람은 '처녀막이라는 막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세기에 들어와 서 이 사실은 다시 한 번 입증되었는데, 처녀막은 유연하고 탄력적인 결체 조직으로 창호지처럼 찢어지는 막이 아니라 질 입구 내부의 언저리를 둘러싼 주름진 점막임이 밝혀졌다. 이 점막이 연하면 첫 번째 성 관계에서 파열하여 약간의 출혈하기도 하지만,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으로도 파열할 수 될 수 있으며, 점막 자체가 질긴 근육질이어서 성 관계를 가져도 파열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성과 사랑과 결혼은 하나의 일체감을 주어야 함은 이상적이나 이것이 성적 콤플랙스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행복을 부르는 성
저자 | 김재연
현재 산부인과 원장이 환자 진료를 통하여 부부간의 성생활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궁금증과 인간의 성에서 가장 중요한 남녀의 성 심리를 이해하기 쉽게 단편소설처럼 기술하였다.[인터파크 제공]
책정보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dispNo=&sc.prdNo=200612082
